일상이야기/직장생활

👣 내가 팀장이었던 시간

내가그리는인생 2025. 3. 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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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조용했던, 나의 전성기


군대에서 소대 말고, 누군가를 이끌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팀장이라는 자리는,
처음이자...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그때 맡았던 팀은 사실 원래 사라진 팀의 자리였다.
여러 사정으로 해체됐던 팀이 몇 년 만에, 업무의 어려움을 다시 실감하고 나서야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다시 생겨났고,
그 자리를 몇 명이 거쳐 가다가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조용한 전성기였던 것 같다.

팀장의 모습 예시
<짧지만 강렬했던 팀장이라는 직책>


팀장이 되기까지

그 과정도 쉽진 않았다.
당장 나도 회사를 나갈까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직장생활이란 게 그렇다.
누가 뭐래도, 마음속엔 늘 사표 한 장쯤 품고 일한다는 말.
그 흔한 농담이 생각보다 사실에 가깝다는 걸,
그때 나는 매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불만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은,
아직도 그 회사에 잘 다닌다.
참… 이상하지.


팀이 새로 생기고 3개월쯤 지났을까.
그 사이 두 명의 팀장이 나갔다.
그리고 내가 팀장이 되었다.


상황은 참 어질어질하다.

[팀 규모]: 팀장 포함 11명, 해당 팀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은 거의 다 퇴사.
[나]: 다른 팀에서 백업하다가 팀 해체 후 신규 팀으로 발령
[팀원]:

  • 신규 인력
  • 타 부서 전출
  • 인턴
  • 출산휴가 복귀자
  • 폐기된 사업 잔여 인력

음… 글로 쓰니 더 어질어질하다.
사실, 머리 좋은 사람이라면 이미 탈출했겠지.
나도 그런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그래도, 어딜 가도 똑같겠지…
라는 기대 아닌 기대를 품고, 그냥 버텼다.
버티는 게 일이었고, 일이 삶이던 시절.


내가 팀장을 맡게 된 이유

지금 생각해보면, 거창한 건 아니었다.

그냥… 이 팀원들.
대부분 나보다 한참 어렸다.
평균 10살은 차이 났다.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줄 사람은 이미 다 나갔고,
남은 선임은 사람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모른 척하면 이 아이들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버렸다.
…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함께 배워가며 이끌었다.


함께 일을 해보니,
와~(내가 운을 여기다 다썼구나.)… 진짜 요즘 애들 다르다라고 해서 겁먹었지만
진짜 이렇게 착하고, 순하고, 감사할 줄 아는 친구들이 있구나 싶었다.

솔직히 무서웠었다.
요즘 MZ 어쩌구 하면서, 할 말 다 하고 불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데… 모인 팀원들은 성실했고,
정말 기꺼이 팀을 위해 시간을 내주었으며,

덕분에 팀이 빠르게 자리잡았다.
그와 함께 드는 생각은,
보통의 기준으론 이 팀을 이끈다면 나는 실패할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팀장보단 이 친구들이 따를 수 있는 설득력있는
팀장이 되고자 했던거같다.

참고로 팀 평균 연령은 나를 제외하고 계산했을때...

30살 위아래 정도이다.(무지 젊자나....아닌가?)


팀장으로서 가졌던 철학

1. 나를 걸었다

회사의 단점을  충분히 봤다. 

이판사판, 팀운영이 실패한다면, 그땐 나도 나가자.
그런 생각으로 임했다.
내가 하는 일이라면, 내 목숨 걸고 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었으니까.

2. 이직, 장려했다

아무리 어려도 알건 아는 친구들이다.

분위기 이상함과 회사의 불합리함 정도는 말이다.

불만을 해소해가며 운용 가능한 전략이 필요했다.

한배를 타는 것이다. 나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준비만 잘 해둬도, 언제든 새로운 길은 열릴 수 있으니까.

자격증은 정해진 기한 내에 따도록 했다.
필요한 교육은 승인을 받아 보냈다.

여러분 같이 성장합시다.

 

3. 아이디어는 누구의 것이든

팀장이 모든결정을 한다면 그건 너무 수동적이며,

팀장이 매우 힘들게 일하는 것이다.

사실 차별없이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했는데,

팀장 하고 얼마 안되서 회의시

신입이 낸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적용했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모두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를 계기로 표현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팀원끼리

의사소통이 매우 활발했다.
나만 빼고 메신저방도 팠더라. 욕도 했겠지 뭐. 괜찮다.
(삐진거 아니다.)

 

4. 이슈는 끝까지 함께

일이 많고 복잡했지만,
혼자 힘들게 해결하게 두진 않겠다,
그게 내 원칙이었다.

팀인원이 많은편(회사내 독보적인 인원)이어서

초반에 정말 정신 없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면,

끝까지 함께였다.

5. 나라도 보상하자

회사에서 해주지 않으면, 내가 하자.
비싼 건 아니지만,
고기라도 사 먹였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감사였다.

내가 별거 아닌 사람일지라도

나라도 당신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한다.

6. 공감

회사 욕, 상사 욕, 내 욕만 아니면 다 받아줬다.
사실 같이 욕하면서 나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공감해줘서 고맙다는 팀원들...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네 친구들. 

오해해줘서 고마워.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1. 미운 팀원 컨트롤

좋은 사람만 있진 않다.
경고도 해보고, 조용히 대우도 다르게 해보고,
결국은 고과에서 정리했다.
능력보단 태도. 나는 그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2. 공부의 부족

실무가 많아서, 팀장으로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선택은 했다.
성과보다 사람.
우리가 같이 성장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3. 그 외

부족한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만 몇개 고를 만큼 말이다.

계속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게 가장 훌륭한 태도일 듯 하다.

 


퇴사 이후

연락은 점점 뜸해졌지만,
그래도 생일 챙겨주고, 선물해주고,
그 마음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나는 받은 마음은 빚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꼭 갚고 싶다.


또다시 팀장이 된다면

당연히 더 잘하고 싶겠지만..

완벽함보다는 인간적인,

안정보단 변화를,

개인의 성과보단 모두의 성과를 내는

팀장으로 계속 할거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았지만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없다.
회사가 잘되야 개인이 잘된다는 생각보다는
개인이 잘되고 팀이 잘되고 회사가 잘되는게
모두에게 윈윈이라생각한다.
경영자나 팀관리 전문가들에게는
허접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와 함께하는 것인가가
다른결론을 낼수 있지 않나 싶다.

*사용된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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